1. 기억에 남는 글이 있다면?
<소리내어 울지 않으려고>가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그 글은 원래 처음 이번 시즌을 기획하고 고려하고 있던 글이 아니었어요. 글에 나온 일 말고도 오사카에서는 정말 인상 깊은 일이 많았어요. 그래서 굳이 그렇게 처연한 이야기는 담고 싶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원래 그 주에 연재하기로 미리 써둔 글까지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갑자기 한 번쯤 이런 슬프고 구질구질한 글을 콰드로페니아에 연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격 때문인지 제 글에 은근히 우울함이 묻어나는 글은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글처럼 그런 감정을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글은 없었습니다. 그런 글은 사람들이 별로 보고 싶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더군다나 감정을 쏟아내는 글은 제게 있어서 좋은 글이라고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묘하게 욕심이 나서 색다른 선택이 해봤습니다. 저는 연재할 때 제가 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해요. 매너리즘에서 벗어나는 한 가지 방법이랄까요? 너무 구질구질하고 우울한 글이라서 독자분들이 재밌게 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2. 마음에 드는 부분(구절)을 하나 꼽자면?
"내가 오사카에서 좋은 경험을 하고 익숙하고 편한 마음과 함께 돌아왔듯이,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나를 익숙하고 편하게 느끼길 바랄 뿐이다." [220811, '익숙함']
제가 쓴 다른 글보다 승준이가 보내준 글이 더 생각나네요. 제 글은 대부분 겪었던 일에 대한 에피소드 위주여서 다른 시즌에 비해서 감상이 약했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비해 승준이의 글은 오사카를 다루고 있음에도 그로부터 약간 빗겨나간 자신만의 감상을 잘 담아내고 있어요.
과연 제 주변 사람들은 저를 얼마나 익숙하고 편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저는 언제든지 사람들이 원할 때면 도움이 되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요.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더라고요. 제가 마음을 열고 최선을 다해 대한다고 해서 상대가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은 아니니까요. 마음의 문을 열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고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어렵고 복잡합니다. 그래서 위 문장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3. 이번 시즌에 글을 쓰면서 어디서 영감을 얻었나요?
이번 시즌 글은 과거에 제가 다녀온 여행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오사카 여행 때 찍은 사진을 다시 보면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구글 포토에 백업이 아주 잘 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당시 제 스마트폰 카메라가 망가진 상태라서 모든 사진에 이상한 자국이 남아 있어요. 즐거웠던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사진이 조금 더 고화질이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사진 찍는 일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과거를 사진을 통해 돌이켜볼 때면 사진을 자주 찍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러고서 또 귀찮다고 안 찍겠지만요.
4. 덧붙이는 말
콰드로페니아의 연재가 재개된 지 벌써 4개월이 흘렀습니다. 혼자 글을 쓰고 메일을 보내는 일이 어색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매일 목요일 아침이면 식탁에 노트북을 펼치고 글을 보낼 준비를 하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로 무언가 대단한 목표를 이루어서 글쓰기만으로 먹고 살자는 야욕(?)은 없어진지 오래지만 그렇다고 이 일이 제게 별 다른 의미가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꼬박꼬박하는 러닝과 같은 친구가 되었지요.
이번 시즌은 많은 글을 쓰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오사카 이야기는 지금 생각만 해도 참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많았어요. 제 마음 같아서는 그 순간들을 모두 모아서 '오사카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책을 한 권 쓰고 싶을 정도입니다. 클락스 왈라비를 사러 갔다가 영어를 못하는 종업원과 소통하기 위해서 번역기를 붙들고 한참을 대화하던 이야기, 사람 한 명도 없는 꽃도 안 핀 식물원에서 멍하니 앉아 있던 이야기, 초밥집에서 만난 20년 넘게 오사카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 아저씨와 그의 일본인 아내를 만나서 대화를 나눈 이야기. 5박6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일이 있었습니다. 재밌었지요.
마음 같아서는 오사카 이야기로 한두 달 더 쓰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한 주제로 너무 오래 이어져서 콰드로페니아와 맞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여기까지만 쓰기로 했습니다. 나머지 이야기는 기회가 될 때 더 연재하거나 아니면 다른 주제에서 만날 수도 있습니다. 제 블로그에 올라갈 수도 있고요. :-)
다음 주부터는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갑니다. 드디어 제가 좋아하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노래와 얽힌 이야기에 대해서 쓸 예정입니다. 기대 많이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