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늘 같은 느낌만을 주지는 않습니다. 같은 노래일지라도 세월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음악의 멜로디가 좋아 듣기 시작했지만 가사가 귀에 들리고 익숙해 질 때 또 다른 의미를 찾는 계기가 된달까요. 그 과정에서 내 인생을 되돌아보며 적용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지난 학기는 혼자만의 시간이 유독 많았습니다. 교환학생, 전과, 심지어 졸업 등의 이유로 알고 지내던 친구들이 캠퍼스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대다수의 수업도 비대면이었기에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반강제적인 느낌이 있긴 했지만 정적인 분위기에 취해 정말 많은 노래를 이 시기에 들었습니다. 운동장을 걸으며 여러 생각에 젖어 근거 없는 걱정과 상념에 빠졌던 때도 있었습니다. 혼자 시간을 보내며 그 시간을 오롯이 저 자신만을 위해 쓰려 노력했습니다. 그 속에서 오랜 시간 동안 좀먹었던 제 버릇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일단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는 고약한 버릇입니다.
모두 다 그렇듯 유독 20대의 시기에는 더 많은 비교와 시기를 반복하는 것 같습니다. 비록 20대를 다 겪지 못한 중반의 나이에 머물러 있지만 타인의 영향에 취약한 시기라는 점을 실감합니다. 엇비슷한 시기에 학교를 가고, 취직도 하니 비교할 거리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상이한 경제적 격차도 자연스레 느끼게 됩니다. 제가 대중교통의 막차 시간과 배차 간격을 신경 쓰고 있을 때 이미 자가용을 갖고 살아가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생판 모르는 친구의 친구가 외제차로 차를 ‘바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괜스레 배가 아프기도 했습니다. 참 부러워 죽을 때가 많습니다. 이러한 성향이 과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쉽사리 통제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오아시스의 ‘Don’t Look Back in Anger’를 들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노래였지만 가사가 가슴에 와 닿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 였습니다.
Her soul slides away /But don’t look back in anger / I heard you say
위 가사를 직역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녀의 영혼이 떠나갈지라도 지난 일에 분노하지 말라는 너의 말을 들었어.” 유독 지난 일에 분노하지 말라는 말이 와 닿았습니다. 말 그대로 지난 일인데 지나치게 에너지를 소비하였던 제 자신이 보였습니다. 제가 배 아파하던 타인의 일도 어찌 보면 피땀이 섞인 결과물일 텐데 그들의 성취를 그저 운이라며 시기하며 정신 승리를 하곤 했습니다. 이 모든 제 모습들이 어찌 보면 지난 일에 쉽게 분노하는 성향으로 인해 만들어진 결과물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누군가와 비교하는 제 마음은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되었을지 모릅니다. 누구의 탓을 하는 것조차 어리석은 일입니다. 내 자신을 생각하기 보단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시기도 하게 되는 거였죠. 그럴 때마다 위 가사가 생각났습니다. 이미 다 지나간 일이니 어떠한 감정을 갖는 행위조차 부질없다고 상기시켜 주었기 때문입니다. 생각만 해도 속이 끓는 일이 있을지라도 이제는 용서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으면서 말이죠. 대인배가 되기 위해서가 아닌 그냥 나를 위한 일이라 생각하며 꾹 참아보거나 애써 모른 체 하는 겁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 선택이 결국 내가 편해지는 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까요. 그리고 그 과정에는 분명히 음악이 있습니다. 가사를 곱씹으며 노래를 듣게 되면 또 다른 의미를 찾게 되는 재미를 이제는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며 사는 것도 참 힘든 일입니다. ‘저게 되면 내가 신이지’ 라며 부정적으로 볼 만도 합니다. 그래도 조금은 의식하면서 살아가 보는 걸 생각합니다. 원래 변화는 사소한 차이에서 비롯되기 마련입니다. 거창한 무언가를 이루는 것을 목표하며 살아가는 것은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천천히 나만의 흐름을 찾으며 긴 호흡으로 살기 위해 매사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 일어나 상쾌한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기숙사 옆 편의점에서 산 우유를 마시며 여유롭게 말이죠. 생각을 정리하며 나만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이 이렇게 좋은 일인지 몰랐습니다. 글을 마무리할 무렵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대학 친구인데 이번에 무려 오피스텔에서 자취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쭉 해 온 저는 또 다시 배가 아픕니다. 어떡하나요. 이렇게 좋은 노래와 함께 마인드셋을 해 온 저였지만 또 다시 철없고 조급한 20대가 되어 버립니다. 음악을 들으며 생각을 다 잡은 후 얼른 하루를 시작해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며 평소 좋아하는 박정민 배우의 에세이 <언희(言喜)>의 한 구절을 적어봅니다.
"조급한 건 당연한 거니 자책지 마시고 모두 내일 아침엔 전투적으로 일어나죠."